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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군부대에서 의식 불명 상태로 발견된 육군 하사가 숨졌다. 잊을 만하면 터져 나오는 군부대 사고 소식이 지역사회에 우려와 안타까움을 낳고 있다.
육군 2군단에 따르면 지난 8월 23일 오전 7시17분께 강원도 최전방 부대에서 하사 A씨가 의식 불명 상태로 발견됐다. A씨는 군 헬기로 수도병원에 후송됐으나 이날 오전 9시31분께 사망했다. A씨가 발견되기 직전 부대원들이 총성을 들었다는 진술이 나오며 충격을 더하고 있다. 군 당국은 사고 직후 내부 메시지망을 통해 총기 관리와 부대원 신상 관리를 명확히 하라는 취지의 공문을 하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군 당국과 민간 수사 기관은 부대원들의 진술 등을 토대로 정확한 사고 경위를 조사중이다.
군부대에서 벌어지는 각종 사고는 해마다 반복되고 있다.
올해 7월 강릉의 한 부대에서 주둔지를 벗어나 충북 괴산까지 도주했던 병사 1명이 2시간여만에 붙잡혔다. 앞서 지난 4월 철원 소재 모 부대 GP에서는 경계근무에 투입된 한 장병이 화기 점검을 하던 중 K6 기관총 실탄 1발을 북측 방향으로 오발했다. 앞서 지난해 9월에는 도내 전방 부대에서 개인화기 사격간 총기 사고가 발생, 군인 1명이 손바닥을 다쳤다.
최기일 상지대 군사학과 교수는 “군대에서 발생하는 사고를 단순히 지휘 서신이나 집체 교육 등을 통해 대응하는 관행에서 벗어나 국방부 차원의 제도적 개혁이 필요하다”며 “군 내 사망사고는 국가가 원인을 명확히 규명하고 책임을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군 사망자 통계 자료에 대한 허점도 문제가 많다는 지적이 계속해서 나오고 있다.
군 당국은 현행 부대관리훈령에 따라 'I형 사망사고'와 'II형 사망사고'로 구분하고 있는데, I형에는 군기사고(총기강력·폭행치사·일반강력·자살·음주운전)와 안전사고(음주운전 외 교통사고·항공기·화재사고·폭발물·총기오발·추락충격·익사·기타)가 포함된다. 고의성이 없는 상태에서 발생한 사고는 '안전사고'로, 징계나 형사처벌 대상이 되는 사건은 '군기사고'로 분류된다.
최근 3년간 군내 I형 사망사고는 2021년 97명, 2022년 90명, 2023년 69명(채 상병 미포함)으로 점차 감소 추세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망원인 중에는 여전히 자살 사망의 경우가 가장 많았다. 2021년 78명, 2022년 66명, 2023년 58명의 군인이 복무 중 자살 사망으로 삶을 마감했다. 전체 I형 사망 사고에서 자살자 비율은 2021년 80%, 2022년 73%, 2023년 84%로 나타났다.
군기사고 중 군기교육 또는 가혹행위가 사망의 원인이 된 경우는 지난 2014년 육군에서 발생한 1건을 제외하면 지난 10년간 단 한 건도 발생하지 않았다고 각 군은 밝혔다. 이 1건은 2014년 4월 7일 발생한 육군 28사단 고 윤승주 일병 사건으로, 육군은 사망유형을 '일반강력'으로 분류했다.
군 당국의 통계에 따르면, 윤 일병 사건 이후에는 적어도 구타나 가혹행위가 직접적인 사망으로 이어진 사례는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각 군과 국방부 조사본부는 박주민 위원장에게 제출한 자료에서 '윤 일병 사건 1건을 제외하고는 지난 10년간 군기교육 및 가혹행위로 인한 사망 건수 및 내역은 없다'고 밝혔다. 통계만 놓고 보면 윤 일병 사건이 발생한 2014년 이후 병영문화가 크게 개선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것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21년 5월 21일 공군 제20전투비행단 소속이었던 이예람 중사가 선임 부사관으로부터 성추행을 당하고 여러 차례 신고했지만, 모두 묵살 당했다. 이후 부대 관계자와 가해자가 신고를 무마하고 회유하려는 시도를 했고, 전출된 부대에선 피해사실이 유포되는 2차 가해까지 일어나자 이 중사는 자살 사망했다. 고 이예람 중사 사건은 군사법원법 개정의 계기가 되기도 했다. 하지만 이 중사는 2021년 한 해 공군에서 자살 사망한 14명 중 한 명으로만 기록됐다.
2021년 8월 12일 해군 제2함대사령부 소속 A중사가 부대 내 숙소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숨지기 전 A중사는 선임 B상사로부터 원치 않는 신체접촉 등 성추행을 당했다고 군사경찰에 신고한 상태였다. 유족들의 증언과 A중사가 남긴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면 B상사는 성추행 이후에도 A중사를 식사자리에서 불러내 "술을 따르라"고 요구하고, 고의적으로 업무에서 배제하는 등 2차 가해를 가한 것으로 드러났다. A중사가 죽음에 이르기까지 성추행과 괴롭힘이 있었지만, 그 역시 2021년 해군 자살자 통계 11명에만 포함됐다.
2022년 11월 28일 오후 강원도 인제군 육군 12사단 GOP에서 경계근무를 하던 김아무개 이병이 가슴에 총상을 입고 쓰러진 채 발견됐다. 김 이병은 부대전입 10일 만에 GOP 근무에 조기 투입됐지만, 갑자기 투입된 탓에 적응에 어려움을 겪었다. 이런 김 이병에게 선임병들은 "너는 폐급 중의 폐급이다" 등의 폭언을 일삼고, '암기 강요', '협박' 등을 일삼은 것으로 드러났다. 김 이병은 스스로를 향해 소총의 방아쇠를 당겨 세상을 떠났다. 김 이병은 그해 육군에서 자살 사망한 47명 중 한 명이었다.
박주민 위원장은 "여전히 군에서는 가혹행위 또는 그와 다를 바 없는 가혹한 군기훈련 등으로 장병들이 목숨을 잃는 사고가 끊이질 않고 있다"면서 "그런데 이러한 것들이 직접적인 원인이 아니라는 이유로 극단적 선택을 모두 '자살'로 집계하는 군의 시대착오적인 통계를 어느 국민이 납득할 수 있겠는가"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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