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 검색
통합 검색
정부가 2년 만에 의과대학 정원 증원 재추진안을 발표하자 전공의와 의대생들은 불만과 우려를 표하면서도 휴학·사직 등 집단행동에 대해서는 신중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전날 정부는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보정심) 회의 결과 2027∼2031년까지 5년간 비 서울권 의과대학 정원을 연평균 668명 늘리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이번 증원 규모는 2025학년도 증원 규모의 3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늘어난 의대 정원은 비서울권 32개 의대에서 지역의사제 전형으로 선발한다. 지역의사제로 입학하면 등록금과 정주 비용 등을 지원 받는 대신에 의사 면허 취득 후 10년간 출신 고교 소재지 인근에서 의무 복무해야 한다.
또 증원분은 지역별 의료 인프라와 의대 교육 여건 등을 고려해 배분하기로 했다. 지방 거점 국립대 의대와 병원의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정원 50명 미만의 ‘미니 국립대 의대’는 100%까지 증원할 수 있도록 했다. 의대별 정원은 향후 교육부 배정위원회 심의 등을 거쳐 4월 중 최종 확정될 예정이다.
가장 큰 변화점은 지난 2000명 의대증원 발표에 때와는 풍경이 사뭇 달라졌다는 것이다. 지난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보정심) 회의 도중 표결을 거부하고 퇴장했던 김택우 의협 회장은 깊은 유감을 표하면서도 “총파업 불사” 같은 과격한 구호를 이번엔 꺼내지 않았다. 2년 전 정부가 의대 증원 방안을 발표한 직후 전공의와 의대생들이 즉각 집단 사직과 휴학으로 맞선 것과 대조적이다.
이번 결정은 의료계 인사가 과반을 차지하는 ‘의사인력수급추계위원회’의 추계를 토대로 도출됐다. 정부는 지난 1년간 12차례의 수요·공급 시나리오 검토와 7차례의 보정심 논의를 거치며 결정됬다.
그러나 의료계에서는 ‘의사 인력 수급 추계위원회’의 객관성과 독립성에 대한 우려에 대한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위원회 구성과 추계 방식이 정부 정책 방향에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의료 수요 예측 과정에서 적용되는 가정과 변수에 따라 결과가 크게 달라질 수 있는 만큼, 의대 정원 확대의 근거로 활용하기에는 신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와 전국전공의노동조합 등 전공의단체는 의대 증원의 근거가 된 의사인력수급추계위원회의 미래 의사 추계 결과에 대해 “데이터가 부정확하고 추계 기간이 너무 짧았다”며 “의대 증원을 멈추고 추계 기간을 연장하자”고 발언한 바 있다.
지난 2년간 전공의와 의대생만 희생했다는 불만도 적지 않다. 한 서울의 대학병원 4년 차 레지던트는 “2년간 환자를 두고 떠났다는 비판이 힘들었고 경제적 부담도 컸다”며 “이 정도 증원에 다시 집단행동에 나서는 건 쉽지 않다”고 말했다. 또한 한 지방 국립대의 의대생은 “이미 1년 반을 허비했기 때문에 지금은 다시 투쟁하는 것보다는 유급당하지 않고 의사 면허를 따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했다.
또한 의대교수협은 이날 오전 서울 성북구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내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정부가 제시한 법정 기준은 '가능'의 최소 조건일 뿐"이라며 "의학교육에서 국민이 기대하는 '교육의 질'은 최소 기준을 넘어서 실제 운영 가능성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이같이 강조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10일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보정심)를 거쳐 2027~2031년도 서울을 제외한 32개 의대 정원을 연평균 668명 늘리기로 했다. 보정심의 의사 인력 양성 규모 심의 기준 5개 중 하나가 '의대 교육의 질 확보'였다.
이에 대해 의대교수협은 "교육의 질 확보는 휴학·복귀 등 핵심 변수를 제외하고 실제 교육 대상이 누군지, 가르칠 사람의 교육 역량이 어느 정도인지 결정된다. 강의·실습 운영 계획이 있는지, 환자 접촉 교육과 수련 수용 능력이 확보되는지 따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네 가지가 확인되지 않으면 '교육의 질 확보'라는 말을 정책의 근거로 사용하기 어렵다"며 "정원은 장기 변수로, 정부가 교육의 질 확보를 심의 원칙으로 삼는다면 연도별 시나리오 검증 자료를 먼저 공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러나 의료계 내부에서는 의대교수협의 입장이 의료계 전체 의견으로 확대 해석되는 데 대해서는 신중해야 한다는 시각도 나온다. 의대 교수 단체가 전공의와 개원의, 봉직의 등 다양한 직역을 모두 대표한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의료계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의대교수협의 입장이 곧 의료계 전체 의견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직역별 이해관계와 처한 상황이 서로 다른 만큼 의료계 전반을 단일한 입장으로 묶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평가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