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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17일부터 다주택자가 보유한 수도권·규제지역 아파트에 대한 주택담보대출(주담대) 만기 연장이 원칙적으로 제한된다. 다만 임차인이 살고 있는 경우에는 임대차 계약이 끝날 때까지 예외적으로 연장을 허용한다.

1일 금융위원회는 재정경제부, 국토교통부, 행정안전부 등 관계부처와 합동으로 ‘2026년도 가계부채 관리 방안’을 발표하며 이 같은 조치를 밝혔다. 이번 방안의 핵심은 다주택자와 임대사업자가 가진 수도권·규제지역 아파트 주담대에 대한 만기 연장 금지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대상 대출은 약 1만7000가구(4조1000억원) 규모이며, 올해 안에 만기가 돌아오는 물량만 1만2000가구(2조7000억원)에 달한다.
여기에 더해 무주택자(실수요자)에게는 한시적인 ‘갭투자 허용’ 조치가 마련됐다. 쉽게 설명하면, 지금까지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 집을 사려면 ‘실거주 의무’ 때문에 임차인이 나갈 때까지 기다릴 수 없었다. 그런데 이번 방안은 연말까지 토지거래허가 신청을 하고 일정 기간 안에 집을 사는 무주택자에 한해, 실거주 의무를 임대차 계약 종료 시점까지 미뤄주기로 했다. 즉, 세입자가 살고 있는 집이라도 살 수 있게 된 것이다.
이 조치는 ‘갭투자’를 한시적으로 풀어준 셈이다. 갭투자란 쉽게 말해 전세보증금을 활용해 매매가와 보증금의 차액(갭)만 현금으로 메우고 집을 사는 방식인데, 그동안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는 실거주 의무 때문에 실수요자조차 하기 어려웠다. 이제 신혼부부나 무주택자 같은 실수요자가 임차인이 있는 집을 사서 계약 끝날 때까지 기다린 뒤 들어가 살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번 조치는 석 달 전 정부가 내놓은 ‘10·15 주택시장 안정화 대책’과 직접 연결된다. 당시 정부는 서울 전역과 경기도 12개 지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하고, 대출 규제를 대폭 강화하면서 실거주 의무를 엄격히 적용했다. 그 결과 전세 매물이 급속히 사라졌고, 월급쟁이들이 ‘종잣돈(전세보증금)을 모은 뒤 대출을 받아 집을 사는’ 주거 사다리가 완전히 부서져 버렸다.
주택산업연구원이 발표한 전망도 규제의 실효성을 의심하게 만든다. 2025년 주택가격은 전국 1.3%, 서울 4.2%, 수도권 2.5%, 지방 0.3% 상승할 것으로 예상됐고, 전월세가격 역시 전국 2.8%, 서울 4.7%, 수도권 3.8%, 지방 1.7% 오를 것으로 봤다. 강한 규제에도 불구하고 집값이 잡히지 않은 것이다.
더 큰 문제는 현금 부자들의 존재였다. KB금융지주가 추산한 부자들의 총금융자산은 3066조원으로, 작년 말 서울 아파트 시가총액(1832조원)의 1.7배에 달한다. 대출 한 푼 없이 서울 아파트를 모두 사들이고도 남을 돈이 현금으로 있다는 의미다. 정부가 15억원 이하 아파트는 6억원, 15억~25억원 아파트는 4억원, 25억원 초과 아파트는 2억원으로 대출 한도를 묶었지만, 현금 부자들에게는 아예 의미가 없었다.
물론 부동산 시장은 현금 보유량뿐 아니라 금리·세금·공급·수요·인구 구조·시장 심리까지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그러나 현금 부자들의 막강한 구매력이 정책 실패의 핵심 요인 중 하나인 것은 분명하다. 결과적으로 가장 큰 피해를 본 것은 서민이었다. 전세 매물이 증발하면서 전세를 끼고 집을 사려던 실수요자들의 길이 막혔고, 신혼부부와 무주택자들은 ‘내 집 마련’ 꿈을 접어야 했다.
이번 ‘2026년 가계부채 관리 방안’은 그런 점에서 의미가 있다. 다주택자에 대한 주담대 만기 연장 제한은 투기 수요를 더욱 조이는 규제지만, 동시에 무주택자에 대한 갭투자 한시 허용은 실수요자를 위한 규제 완화다. 주거 사다리가 부서진 지 석 달 만에 정부가 실수요자 구제 카드를 꺼낸 셈이다.
다만 아직은 ‘조금’ 복구됐다고 보기 어렵다. 대출 한도 강화와 온라인투자연계금융(P2P) 규제까지 더해지면서 실수요자들의 실제 자금 조달은 여전히 어려운 상황이다. 현금 부자들의 구매력 앞에서 대출 규제는 여전히 한계가 뚜렷하고, 전세 매물 부족 문제도 단기간에 해결되기 힘들다.
정부가 진정으로 주거 사다리를 복원하려면, 이번 한시적 조치를 넘어 신혼부부·무주택자 등 실수요자에 대한 대출 규제를 보다 과감하게 완화해야 한다. 강한 규제만으로는 집값을 잡을 수 없다는 것이 이미 증명됐다. 현금 부자들의 시장 지배력을 인정하면서도, 서민들이 다시 ‘전세 → 매매’ 사다리를 오를 수 있는 현실적인 길을 열어주는 것이 지금 필요한 정책 방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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