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 검색

통합 검색

100일 새 국민 노후자금 182조 증발…'삼전·닉스'에만 피 같은 돈 131조 날렸다
  • 작성자 대한정론 임우진 기자
  • 조회수 103
2026-10-18 18:46:53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증시를 이끄는 반도체 대형주들이 급락하면서 국민연금의 국내 상장사 주식 평가액이 석 달 반 만에 182조원 이상 증발했다. 지난 2분기에 거둔 역대급 수익을 단 한 분기 만에 고스란히 반납한 셈이다.

김성주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이 지난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의 국민연금공단에 대한 국정감사에 출석해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뉴스1

18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15일 기준 국민연금이 지분 5% 이상을 보유한 상장사 287곳의 주식 평가 총액은 333조533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 6월 말(515조9029억원)과 비교해 35.3%(182조3699억원) 급감한 수치다. 국민연금의 주요 상장사 보유 평가액이 감소세로 돌아선 것은 2024년 4분기 이후 7개 분기 만이다.

이번 대규모 손실의 직격탄은 반도체 '투톱'이었다. 전체 손실액(182조여원) 중 무려 71.8%에 달하는 131조839억원이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 두 종목에서 발생했다.

이 기간 주가가 반토막 난 SK하이닉스(265만원→126만2000원)에서만 74조2261억원의 평가손실이 났고, 30만원대에서 21만원선으로 밀린 삼성전자에서도 56조8578억원의 평가액이 사라졌다. 국민연금의 지분율(15일 기준)은 삼성전자 7.84%, SK하이닉스 7.32%다.

반도체 충격은 관련 밸류체인과 대형 제조업으로도 번졌다. SK스퀘어가 10조8698억원 줄어든 것을 비롯해 삼성전기(-7조5915억원), 현대차(-2조9974억원), 삼성물산(-2조7974억원) 등 분석 대상 287개사 가운데 176곳의 평가액이 증발했다.

무엇보다 뼈아픈 대목은 이번 대규모 손실이 다름 아닌 '국민의 노후 생명줄'에서 발생했다는 점이다. 기금 고갈 위기론 속에 보험료율 인상과 수급 연령 상향 등 국민적 고통 분담을 요구하는 연금 개혁이 논의되는 시점에, 정작 기금 운용에서는 단 몇 달 만에 수백조 원이 증발하는 상황이 벌어지면서 여론의 분노가 들끓고 있다.

​시민사회단체와 가입자들 사이에서는 “국민의 피 같은 돈을 쌈짓돈처럼 굴리다 허공에 날렸다”는 격앙된 반응이 터져 나오고 있다. 특히 직장인과 청년층을 중심으로 “더 내고 덜 받으라며 희생을 강요하더니, 정작 뒤에서는 제대로 된 위험 관리도 없이 천문학적인 노후 자금을 탕진하고 있다”는 비판이 거세다. 기금 고갈 시기를 늦추기 위해 보험료율을 조금이라도 올리려 들이는 막대한 사회적 갈등과 비용을 감안하면, 이번 운용 손실은 단순한 수익률 하락을 넘어 국민연금 제도 자체에 대한 대국민 신뢰를 근본적으로 훼손했다는 지적이다.

​막대한 국부 손실에도 불구하고 책임지는 주체가 없다는 점도 비판의 도마 위에 올랐다. 수백조 원의 평가액이 증발했음에도 이를 불가피한 시장 상황 탓으로만 돌릴 뿐, 기금운용본부의 안일한 대응을 질타하고 문책하는 시스템은 작동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한 연금 전문가 및 시민단체 관계자는 “국민연금은 증시 부양을 위한 정부의 방파제가 아니라 국민의 노후를 지키는 최후의 보루”라며 “손실에 대한 뼈저린 반성과 함께 기금 운용의 독립성과 전문성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리지 않는다면, 국민들 사이에서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식의 연금 납부 거부 운동과 같은 극단적인 조세 저항에 직면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시장 안팎에서는 이번 대규모 평가손실을 두고 예견된 충격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국민연금의 포트폴리오 운용 구조와 리스크 관리 체계를 향한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가장 큰 지적은 특정 업종 및 소수 대형주에 치우친 ‘반도체 쏠림 현상’이다. 180조원이 넘는 전체 손실액 중 70% 이상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단 두 종목에 집중된 것은 글로벌 공급망 변동성과 경기 사이클에 취약한 국내 증시의 태생적 한계를 고려하더라도 포트폴리오 분산 투자 원칙이 사실상 무너졌음을 보여준다는 평가다. 한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대형주 시가총액 비중대로 기계적인 매수를 이어가는 패시브 성향의 운용 전략이 하락장에서 충격을 여과 없이 흡수하는 부메랑으로 돌아왔다”고 짚었다.

​선제적 리스크 관리가 작동하지 않았다는 비판도 거세다. 글로벌 인공지능(AI) 고점론과 메모리 반도체 사이클 둔화 우려 등 시장의 하방 압력 신호가 뚜렷했음에도, 단일 업종 비중 축소나 파생상품을 활용한 헤지(위험 분산) 등 유연한 자산 배분 전략이 부재했다는 것이다. 한 분기 만에 직전 분기의 역대급 수익을 모두 토해내는 식의 극단적인 수익률 롤러코스터는 장기적 안정성을 최우선으로 삼아야 할 공적 연금의 본령과 거리가 멀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로 인해 시장에서는 국내 주식 비중 축소 및 해외 대체투자 확대 요구에 다시 불이 붙을 전망이다. 국민연금은 중기 자산배분 계획을 통해 국내 주식 비중을 점진적으로 낮추는 기조를 유지해 왔으나, 국내 주식 시장 침체 방어와 지수 부양을 요구하는 정치권과 여론의 압박으로 속도를 내지 못했다. 그러나 이번 ‘반도체 쇼크’로 국내 시장 집중 리스크가 고스란히 입증된 만큼, 글로벌 분산 투자를 보다 과감하게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금융투자업계 전문가는 “1000조원 이상의 기금을 굴리는 세계 3대 연기금이 국내 특정 산업의 경기 변동에 따라 분기마다 수백조 원씩 출렁이는 것은 기금 고갈 위기를 앞둔 상황에서 치명적”이라며 “정치적 외풍에 흔들리는 국내 증시 ‘안전판’ 역할에서 벗어나, 철저한 수익률 중심의 위험 관리와 자산 다변화 체계 구축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댓글 0

답글 보기
  • 답글 개
답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