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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희대 대법원장의 치명적 흠결과 탄핵의 딜레마: '중대성과 비례성의 원칙'에 가로막히다

  • 임우진 기자
  • 입력 2026.10.25 1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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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희대 대법원장을 겨냥한 정치권의 탄핵 공세가 본격화하고 있다. 조국혁신당이 추동하고 더불어민주당 강경파가 호응하며 이른바 '사법부 수장 탄핵'이라는 사상 초유의 정국이 조성되는 모양새다. 헌정 사상 최초로 대법원장이 국정감사 일반 증인으로 출석하는 촌극이 벌어진 가운데, 조 대법원장의 잇따른 사법행정적 과오와 심각한 처신상의 흠결은 대법원장으로서의 자격을 의심케 하기에 충분하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그러나 정치적 부적격 판정과 별개로, 실제 탄핵 심판을 통한 직위 박탈 가능성에 대해서는 법조계 내에서 회의적인 시각이 지배적이다.

 

 

신장식 조국혁신당 대표가 지난 20일 국회 소통관에서 조희대 대법원장 탄핵·사법개혁을 위한 공동행동 제안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 223일째 대법관 공백과 사상 초유의 국감 출석

지난 6일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대법원 국정감사는 1987년 개헌 이후 처음으로 사법부 수장이 인사말 외의 질의응답 자리에 서는 기록을 남겼다. 발단은 223일째 이어지고 있는 대법관 장기 공백 사태다. 청와대(대통령실)의 재제청 요구와 조 대법원장의 거부가 무한 평행선을 달리자, 더불어민주당은 조 대법원장을 기관장이 아닌 '일반 증인'으로 전격 채택했다. 관례대로 이석해야 한다는 국민의힘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조 대법원장은 2시간 30분간 자리를 지켰으나, 증인 선서는 거부했다. 그는 6분간의 작심 발언을 통해 "대법원장의 제청에 국회와 대통령이 전혀 관여할 수 없다"며 '위헌'이라는 단어를 여섯 차례나 언급하며 맞섰다.

 

◆ 사법부 권위 추락시킨 도덕성 흠결과 막말 얼룩진 국감장

조 대법원장을 향한 비판의 핵심은 단순히 인사권 갈등에 그치지 않는다. 그의 사법행정적 과오와 예산 유용 의혹은 사법부의 도덕성을 바닥까지 추락시켰다. 감사원 감사 결과, 취임 이후 대법관들에게 규정에도 없는 '격려금' 명목의 현금을 매달 지급해 온 사실이 적발됐다. 여기에 2022년부터 1억 8000만 원어치의 와인을 매입하고 고급 일식당에서 식사 인원을 허위로 기재해 업무추진비를 편법 결제했다는 의혹까지 불거졌다. 사법부의 신뢰를 갉아먹는 치명적인 비위 행위임에도, 국회에 출석한 조 대법원장은 국회를 향한 거짓 답변과 모르쇠로 일관하며 국민적 공분을 자초했다. 지금 당장 새 공직 후보자 자격으로 청문회장에 선다면 만장일치로 부적격 판정을 받을 수밖에 없는 행적이다.

하지만 정작 정책과 비위를 검증해야 할 국감장은 자극적인 정쟁으로 얼룩졌다. 진보당 손솔 의원이 "법복 입고 정치하는 것 아니냐, 제2의 윤석열을 꿈꾸는 것이냐"며 정치적 공세를 펴자 여야의 거친 설전이 폭발했다. 특히 국민의힘 김태규 의원이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장소인 부엉이바위를 거론하며 "우리 '부엉이바위의 진실'이나 하나 만들자"고 비꼬아 민주당의 거센 반발을 샀고, 결국 발언권이 정지되는 사태까지 빚어졌다.

 

◆ 법조계 중론 "탄핵 인용 문턱 넘기 어렵다"… 그 근거 중대성과 비례성의 원칙

국회 내 범야권을 중심으로 탄핵 소추의 불씨가 타오르고 있으나, 법복을 벗기는 최종 판관인 헌법재판소의 문턱을 넘기는 난망하다는 것이 법조계의 공통된 분석이다. 조 대법원장의 잘못이 명백함에도 불구하고 탄핵이 어렵다고 보는 이유는 헌재가 확립한 ‘중대성과 비례성의 원칙’ 때문이다.

헌재 판례에 따르면, 탄핵은 단순히 공직자의 윤리적 일탈이나 실정법 위반만으로 성립하지 않는다. 위법 행위가 헌정 질서를 근본적으로 위협할 정도로 심각해야 하며(중대성), 그를 파면함으로써 얻는 헌법 수호의 이익이 파면으로 인해 초래될 국가적·제도적 손실보다 압도적으로 커야 한다(비례성).

법조계에서 조 대법원장의 탄핵 인용 가능성을 낮게 보는 구체적인 논증은 다음과 같다.

 

첫째, 권한 충돌의 성격이다. 대법관 제청을 둘러싼 청와대와의 마찰은 '대법원장의 제청권'과 '대통령의 임명권(및 재제청 요구권)'이라는 헌법상 기관 간의 권한 해석 및 충돌 문제로 귀결된다. 법조계 전문가들은 이를 이유로 사법부 수장을 파면하는 것은 탄핵 사유라기보다는 '권한쟁의심판'을 통해 헌법적 한계를 명확히 해야 할 영역으로 본다.

둘째, 비위 행위의 사법적 중대성이다. 업무추진비 편법 결제와 현금 격려금 지급 등은 명백한 예산 지침 위반이자 중대한 도덕적 결함이다. 수사기관의 수사나 감사원의 징계 대상이 되기에는 충분하다. 그러나 역대 탄핵 심판 판례를 비추어 볼 때, 이와 같은 사법행정 및 회계상의 난맥상이 곧바로 '대의민주주의 체제를 위협하거나 법치주의를 근본적으로 파괴하는 행위'로 직결된다고 법리적으로 입증하기는 매우 까다롭다.

셋째, 압도적인 국가적 손실(비례성 위배)이다. 이미 223일째 대법관이 공백인 상황에서, 대법원장까지 탄핵으로 파면되거나 직무가 정지될 경우 대한민국 3권 분립의 한 축인 사법부 시스템 전체가 붕괴되는 마비 사태를 맞게 된다. 헌재로서는 조 대법원장의 행정적 비위를 처벌하는 이익보다, '사법부 수장 공백'이라는 사상 초유의 국가적 혼란과 헌정 마비가 초래할 손실이 훨씬 크다고 판단할 수밖에 없다는 게 중론이다.

결국, 현재의 대법원장 정국은 뼈아픈 딜레마를 남긴다. 조 대법원장은 최고 법관으로서 요구되는 높은 도덕성과 책임감을 져버린 채 사법부의 신뢰를 무너뜨렸고, 정치적 정당성을 상당 부분 상실했다. 하지만 이를 이유로 헌법재판소의 탄핵이라는 극단적 법적 처단을 끌어내기에는 그 법리적 입증의 벽이 너무나 높은 실정이다. 사법부의 신뢰 회복과 기능 정상화라는 무거운 과제만 허공을 떠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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